PAST


임지민: 새처럼 훨훨 날아가

Jimin Lim: Like a Bird, Flying Away

09/03-10/04/2025


임지민은 따뜻하고 서정적인 화면 언어로 삶의 기억과 감정을 포착해온 작가다. 그의 작품은 개인적 체험을 토대로 하면서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정서를 끌어올리며 관객을 자기 안의 기억으로 이끈다. 이러한 작업 세계는 부친과의 사별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열리게 되었으며, 이후 그는 상실이 남긴 공허와 애도의 감정을 꾸준히 탐구해왔다. 그에게 목탄은 쉽게 지워지고 다시 그려지며 축적되는 흔적으로, 망각과 기억, 사라짐과 남겨짐을 동시에 담아낸다. 애니메이션으로 확장될 때 화면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쌓이고 흩어지는 정서의 결을 생생히 드러낸다.


그의 작품 속에 반복적으로 등장해 온 파도, 종이비행기, 새와 같은 모티프는 현실의 순간을 추상화하며, 관객이 각자의 경험을 투영할 수 있는 매개로 작동한다. 특히 2023년작 《슬픔은 파도처럼 밀려와》에서는 예고 없이 밀려드는 슬픔을 파도에 빗대어 표현했고, 이는 이번 신작에서도 관계와 감정의 흐름을 따라 새로운 전환으로 이어진다. 《새처럼 훨훨 날아가》는 어머니와의 대화에서 비롯된 “내 걱정 말고 앞을 보고 가. 때로는 하늘을 보고 날아가도 좋아.”라는 말에서 출발한다. 그 말에는 다가올 이별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태도와, 동시에 그 순간을 바라보는 이의 슬픔과 두려움이 겹쳐 있다. 작품은 흐르는 시간과 변하는 관계 속에서 모습을 달리하는 애도의 감정을 그려내며, 개인적 경험을 넘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풍경을 겹겹이 스쳐 지나가는 장면 속에 펼쳐낸다.


5분 43초 분량의 애니메이션은 한 사람의 삶,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 반려견과의 작별, 그리고 곁에서 바라보는 시선을 따라 네 개의 장면으로 구성된다. 여기에 더해진 피아노 선율은 화면의 흐름에 감정을 불어넣으며, 슬픔이 개인을 넘어 세대를 잇는 정서임을 환기한다.


임지민의 세계는 목탄 드로잉과 애니메이션이 반복과 흔적, 사라짐과 남겨짐을 겹겹이 기록해가는 과정 속에서 완성된다. 관객은 그 고요하면서도 치열한 축적을 마주하며 각자의 기억을 겹쳐보는 순간, 삶과 관계 그리고 회복에 대한 사유로 자연스레 나아가게 된다.

About Artist

임지민(b.1986)은 건국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 현대미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5년 《기억의 조각을 모으다》(서진아트스페이스)를 시작으로 《시선의 흔적》(갤러리 그리다, 2016), 《부유하는 기억들》(갤러리시작, 2017), 《닫힌 문, 열린 막》(로우갤러리, 2018), 《잔향》(FAS, 2019) 《잘못 적어 밀린 답들》(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2020), 《이같이 별일 없는 날이지만》(학고재 디자인|프로젝트 스페이스, 2021), 《다시, 안녕》(소노아트, 2022), 《슬픔은 파도처럼 밀려와》(드로잉룸, 2023), 《작은 안부, 사소한 고백》(나리화랑, 2024) 등 매년 꾸준히 개인전을 개최하며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jiminim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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