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남을 것 What Remains 

안주은 개인전

04/11-05/17/2025



oaoa(이하 'o'): 전시 제목 ‘남을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artist(이하 'a'): ‘남을 것’은 제가 발견한 모든 것들이 결국 누군가가 남긴 흔적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했어요. 이전과 지금, 앞으로의 작업을 관통하는 뿌리 같은 말이죠. 이 전시는 저의 뒤편에 남겨진 사물과 현장이 이후에도 존재하리라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o. 구조물이나 장면을 그릴 때 실제 경험에서 출발하시나요, 아니면 상상에서 시작하시나요? 

a. 네, 제가 직접 본 장면이나 사물에서 시작해요. 왜 내가 이 대상을 보고 멈춰 섰는지 거슬러 상상하고, 발견한 이미지에 감정과 해석을 더해 알맞은 장면과 배경을 구성해 나갑니다. 



o. 대상을 포착할 때 어떤 장면이나 흔적에 이끌리시나요? 미술 노동보다 외부의 장면을 주로 그리시는 이유도 궁금합니다. 

a. 어떤 장면을 특별히 의도하지 않고 바라보다 보면, 누군가의 몸짓과 마음이 느껴지는 사물이나 물질적 흔적이 눈에 들어와요. 텃밭이나 공사 현장처럼 일상의 공간에서 삶을 위한 노력의 흔적을 마주할 때, 자연스레 기록하고 상상하게 되죠.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오늘을 살고 내일을 준비하는 의지의 표현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미술 작업보다 오히려 그런 삶의 흔적에 더 주의를 기울기는 것 같아요. 결국 저도 그런 일상의 한가운데 있으니까요. 



o. 사람은 등장하지 않지만 그림 속 대상은 마치 의인화된 느낌이기도 합니다. 

a. 대상에 감정을 이입하긴 하지만, 사람을 대체하진 않아요. 이들은 어떤 인간상을 대변하기도 하는 인간의 흔적이자 지표입니다. 저는 늘 장면을 목격하는 시선에서 그림을 구성하기 때문에 인물은 직접 등장하지 않아요. 관객이 그 시선을 대신해 주길 기대합니다. 



o. 거친 환경과 같은 극적인 장면 설정은 어떻게 구상되었나요? 

a. 오래된 불상과 일상 사물처럼, 서로 다른 시간과 사회적 지위를 지닌 것들에서 인간의 열망과 시간이 응축된 공통의 감각을 느꼈던 경험이 있어요. 그 때문에 손때 묻은 밧줄이나 피스가 박힌 의자도 삶의 방식이 담긴 기념비처럼 보이곤 해요. 그런 인상을 극적으로 연출해, 삶의 방식이 담긴 흔적을 더 강하게 전달하고 싶었어요. 



o.  작가 노트에서 “멈춘 모양을 유지하기 위해 전신이 기능해야만 하는 상태”라는 문장을 언급하셨는데요.  ‘정지 상태’가 담고 있는 감정은 무엇인가요? 

a. 정지된 장면들은 오히려 강한 긴장감을 품고 있어요. 아무 움직임 없이 유지되는 상태는 모든 요소가 각자의 힘을 발휘해야 가능한 거잖아요. 저의 그림도 그런 조용하지만 팽팽한 힘의 배분과 긴장감을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o. 그림에서 온기와 연대, 혹은 수용의 감정이 느껴집니다. 

a. 때묻고 낡은 것, 불완전한 흔적들에서 사람들의 마음과 노력을 느껴요. 그런 것들이야말로 우리 주변에서 지워지지 않고 함께하길 바라는 존재들이에요. 그 마음이 수용과 연대의 태도에서 비롯된 것 같아요. 



o. 작품에게 영향을 받는다고 느낀 적이 있나요? 

a. 작업한 장면을 다시 마주할 때, 현실과 그림이 겹쳐 보이는 순간이 있어요. 그렇게 주변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고, 제 삶의 풍경이 점점 달라지는 걸 느낍니다. 



o. 삶의 구조물들을 그리는 과정에서 도달한 지점, 그리고 작가님이 남기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a. 처음엔 단순히 대상의 형태나 기능, 놓인 모습에서 흥미로운 요소들을 유희적으로 활용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 안에 담긴 인간의 시간과 생활, 사물이 겪은 시간 등이 깊이 다가오더라고요. 제가 남기는 것은 그런 순간들을 바라본 저의 시선, 그리고 그것이 담긴 회화라는 물질인 것 같아요. 

  


o. 이번 전시로 관람객에게 건네고 싶은 바가 있다면요? 

a. 전시장을 나선 뒤, 일상 속에서도 제 그림 속 요소들이 곳곳에 있을 거예요. 그것들을 잠시 멈춰 바라보며, 우리 삶에 남게 될 것은 무엇인지 함께 떠올려봤으면 합니다.


About Artist

안주은(b.1999)은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부 서양화전공을 졸업했고, 2024년부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일반대학원 조형예술학과에 재학중이다. 2022년 WWW SPACE에서의 단체전《커미션일지》를 시작으로《TOMATO》(챔버1965, 2023)과《ㅇ-ㅇ-ㅇ》(갤러리조선, 2023)에 참여한 바 있다. (인스타그램: @dle-gg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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